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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책

장봉도 여행 후기 : TV에서 본 욕쟁이 할머니를 만나다

by 그래, 멈추지만 말자 2025. 6. 9.

장봉도 여행을 떠난 특별한 이유

이번 토요일 지인과 함께 인천 장봉도로 당일치기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이번 여행의 목적은 단순한 섬 관광이 아니었습니다. 몇 년 전 TV 프로그램에서 인상 깊게 봤던 한 할머니를 만나보고 싶어서였죠.

그 할머니는 남편과 사별한 후 절망적인 일상에서 벗어나기 위해 혼자 해외여행을 시작했고, 어느새 30개국을 다녀온 놀라운 이야기의 주인공이었습니다. TV에서 보여준 할머니의 당찬 모습과 인생 이야기가 너무 인상적이어서 꼭 한번 만나뵙고 싶었습니다.

장봉도에서 만난 현실과 기대의 차이

장봉도에 도착해서 인터넷에 나온 할머니 가게의 주소를 입력하여 따라갔건만, 이상하게 산속 오지로 안내되어 전화를 드렸더니 방향은 완전히 반대로 되어 있어 다시 오던 길을 따라 내려 와 바닷가 앞의 식당으로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막상 할머니 얼굴을 뵈니 TV에서 보던 모습과는 다르게 세월의 흔적이 약간 묻어 있는 것이 마음이 좀 짠하긴 하였습니다만, 그러나 너무 만나고 싶었고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던 분이었기에 저는 너무 반갑고 행복했습니다. 

인사를 나누곤 식당 곳곳에 붙여진 여행 사진들을 바라보며 감동 반, 부러움 반으로 감상을 하며 제 일마냥 기뻐하기도 하였습니다.

이후 자리에 앉은 저는 간단히 요기나 하고 섬을 둘러 보고 다시 와서 본격적인 식사를 하며 이야기나 들으려고 가능한 식사를 여쭈어보니 '칼국수'와 '낙지복음'이 된다고 하여 '칼국수 1인분'과 '낙지볶음 1인분'(할머니가 1인분이 가능하다고 하심), 그리고 막걸리 한병을 주문하게 되었습니다.

제 동료도 특별히 원하는 메뉴가 없었고, 더욱이 오전부터 소주에 회를 먹기에는 너무 이른 감이 있어 이렇게 간단히 시킨 것이었습니다.

예상치 못한 계산 과정에서의 당황

칼국수에 이어 나온 낙지복음에 저는 "다른 곳에서는 낙지복음 1인분 절대 팔지않는데 여기는 확실히 다르네?" 하며 자랑하기도 하였고 이후 할머니에게 감사의 말씀도 전하고, 또한 다 먹지도 못할 막걸리까지 한병 더 시켜 할머니 기분을 맞추어드렸습니다.

이후 섬을 잠시 둘러보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난 저는 "얼마에요?" 하고 물었더니 할머니께서는 "51,000원"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래서 제가 "어 가격이 좀 이상하네?" 라며 할머니를 처다봤더니 할머니께서는 "칼국수 1인분 1만원, 낙지복음 2인분 3만원, 막걸리 2통 1만원, 음료수 1개 1천원"이라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제가 다시 "처음 주문할 때 낙지볶음 1인분이 된다고 하셔서 주문한건데 그게 아니었던 모양이네요?" 라고 웃으며 말씀을 드렸더니 할머니께서는 "낙지복음 1인분은 안 팔어!" 라고 하셔 저는 주머니에서 꺼낸 5만원짜리 지폐를 도로 집어 넣으면서 카드를 드렸습니다.

그랬더니 할머니께서는 갑자기 "뭔 남자가 그렇게 구두쇠처럼 째째해?"라며 상황에 전혀 맞지 않는 이야기를 하시는 바람에 저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냥 목례만 하고선 가게를 나서게 되었습니다..

뭔지 모를 어색함, 아쉬움 그리고 사랑

사람과의 관계라는 것이 참 묘하더군요.

계산하기 전까지의 그 당당하고 멋졌던 할머니의 모습은 갑자기 제 뇌리에서 사라져 버리고 뭔지 모를 어색함에 저는 동료와의 대화마저 한동안 멈추고 말았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분명 할머니를 더없이 존경하고 인간적으로 무척이나 사랑합니다.

진심입니다. 이것은 아마 어려운 세월을 겪어왔던 사람들만의 유대감일지도 모릅니다.

할머니는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서 생활이 너무 힘들다보니 해외여행이라는 것을 꿈꾸기 시작하셨고(이렇게 죽기에는 너무 억울하다는 생각에 의한)

결국에는 대출까지 받아 해외여행을 시작하신 것이 삶의 목표가 되어 전세계 수십개국을 다니시고 마침내는 히말라야산까지 등정하시는 열정을 갖게 되신 분이십니다.

어려움이라는 시련을 한단계 올라서는 발판으로 만들줄 아는 아주 대단한 분이십니다.

고통과 괴로움을 용기와 희망으로 승화시킬줄 아는 진정한 승리자이십니다.  

더욱이 나이들면서 퇴보되는 인생을 오히려 도전과 자아실현의 목표를 그릴줄 아는 이 시대의 진정한 영웅이십니다.

그래서 저는 욕쟁이 할머니를 존경하고 사랑하는 것입니다.

비록 삶의 지친 모습이 가끔씩 툭, 툭 튀어나올지언정.....

여행의 교훈

이번 장봉도 여행을 통해 두 가지 교훈을 얻었습니다.
첫째, TV나 미디어에서 보는 멋진 분들도 결국은 우리네와 같은 일반 사람들이고 평범한 사람들입니다.

둘째, 여행지에서 식사 주문을 할 때는 서로 오해가 생기지 않도록 확실한 체크가 필요합니다.

장봉도 여행 팁

장봉도를 방문하실 계획이 있으시다면, 사전에 식당 정보와 가격을 미리 확인해보시기 바랍니다.

특히 해산물 요리의 경우 1인분 기준이 다를 수 있으니 주의가 필요합니다.

장봉도 자체는 둘러볼 만한 곳이 많은 참 아름다운 섬입니다.

더욱이 삼목선착장에서 1시간마다 배가 운항하기 때문에 서울에서의 접근성도 매우 뛰어나 당일치기의 멋진 섬 여행이 가능한 곳입니다.

만약 대중교통을 이용하실 분이라면 공항철도 '운서역'이나 '인천공항버스터미널T2'에서 '삼목선착장' 가는 버스를 이용하시면 되고,

'인천공항버스터미널T1'에서 가실 분이라면 15,000원 정도의 택시비를 지불하시면 아주 편히 삼목선착장까지 가실 수 있습니다.

이번 여름 장봉도 여행 계획을 한번 세우셔서 멋진 추억을 쌓아보시기 바랍니다.